작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더는 명절에 갈 시골이라는 것이 사라졌다.
할아버지 산소도 이장해서 뿌려 드리고 이미 수년 전에 할머니랑 엄마랑 합의해서 제사도 없앤데다 10년 넘게 독일 생활하는 형은 회사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휴가는 커녕 명절에도 얼굴을 못보니 사실상 명절 의미가 사라지긴했다.
아빠 형제들도 엄마 형제들도 다 지근거리에 사시고 각자의 스케쥴들이 있으시니 미리 만나 간단히 식사정도로 끝냈다.

이천에 위치한 호텔 더클래스를 예약할 생각은 없었다.
당초 계획은 제주도에 가서 추석 내내 쉬다 올 생각이었는데 발 빠른 분들께서 이미 모든 것들을 선점하셨다.
비행기도 그렇고 인천에서 출발하는 선박도 그렇고 모든 것이 풀예약인데다 휴양림도 거의 모든방이 다 찬 상태여서 뒤늦게 줍줍에 참여해봤으나 원하는 곳이 나오질 않았다.
대기만 걸어두고 별다른 생각없이 하루를 보내던 그때 추석 당일 정선 가리왕산자연휴양림에 걸어뒀던 대기가 넘어왔다.

잽싸게 바로 결제를 하고 다른 줍줍들도 노리다 보니 9일에 갈 휴양림도 구할 수 있었는데 추석 연휴 첫날부터 차가 엄청~~~~ 막힐 거라는 뉴스를 미리 접하고 나니 그나마 정선과 가까운 곳에서 1박하고 넘어가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이천에 위치한 호텔 더클래스를 예약하고 나니 여론이 급반전되었다.
고작 정선에서 1박하자고 토 나오는 정체를 겪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가족의 여론이 급물쌀을 타서 최대한 정체가 덜한 코스로 다시 짜고자 정선 가리왕산휴양림부터 취소하고 호텔 더클래스도 취소하려고 했지만... 취소하게 되면 위약금 100%란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재미나게 쉬다 오기로 했다.

오후 4시인가 입실했는데 입실하자마자 풍겨져 오는 담배냄새로 창문을 열고 환기부터 시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 보면서 하나씩 만지작했는데 노래방도 있고 스팀사우나도 있고 넷플릭스도 된다.
노래방은 전문 노래방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하면 실망하겠지만 집에 갈 걱정없이 술 한잔하면서 편하게 노래 부르기에는 괜찮았다.
스팀사우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박인 게 진짜 사우나에 온 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저날이었나 저 다음날이 수리남 공개일이라 다음날 아침부터 대화면으로 수리남을 볼 수 있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고사양 PC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집에 게임하는 사람이 없어서 켜보진 않았다.


월풀 욕조에도 별도로 TV가 있었으나 리모컨에 건전지가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 방법을 찾아서 키긴 켰는데 TV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TV는 그냥 끄고 월풀 욕조는 스팀사우나로 땀을 쫙~ 뺀 뒤 반신욕으로 썼다.
스팀사우나 안에서 샤워까지 할 수 있어서 욕조에서는 따로 씻을 이유가 없었다.



침대는 2명이 자기에 충분히 넓었고 최대 4인 입실 가능이라 추가되는 인원만큼 추가결제를 하면 이불을 따로 주셨다.
건식 세면대는 간단하게 손 씻는 용도로 좋았고 사장님께서 워낙 친절하신데다 수건도 넉넉하게 먼저 챙겨주셔서 자고 씻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특히 이 룸에는 냉장고도 있고 전자렌지도 있는데다 인덕션까지 있어 취사도 가능했지만 진짜 아무 것도 갖고 가질 않았다.
옷도 구이바다도 캐리어도 진짜 아무것도 안들고 가고 그냥 몸만 갔다 몸만 와서 뭐 해먹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2층에 있는 스낵바 덕분이기도 한데 토스트용 식빵, 버터, 케챱, 시리얼, 우유, 커피, 음료가 무제한 무료다.
시리얼과 식빵은 객실로 갖고 올라와 먹을 수 있어서 바로 갖고 올라와 객실에서 TV 보며 부모님과 편하게 먹었다.



2층 스낵바 또다른 한 편에는 라면, 아이스크림, 계란, 김치가 서비스로 제공되었는데 이것들은 1인당 1개다.
이 가격에 이런 혜자 서비스 때문인지 월방(장기숙박)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았다.
참고로 라면은 객실 반입이 안되고 식당에서만 먹어야 한다고 고지되어 있기에 다음날 아침 해장용으로 라면 한그릇 때리고자 발길을 돌렸다.

이날 저녁은 배달 어플을 켜서 텐동을 주문했는데 여기 텐동 맛집이다.
저녁 공복에 튀김부터 먹으면 좀 부대끼긴 하지만 튀김도 바삭하고 소스도 잘 어울려서 밥반찬이자 술안주로 제격이었다.

아무리 맛있어도 기름은 기름이니 공복에 드신 튀김이 다소 느끼하셨는지 얼큰하게 땡긴다고 하셔서 해물섞어찜인가도 주문했다.
가족 모두 입이 짧은 편은 아닌데 그렇다고 또 많이 먹는 체질들은 아니어서 뷔페가면 돈 낭비라고 뷔페가기를 꺼려할 정도인데도 불구 이날은 끊임없이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은 일어나 식당에서 라면 한그릇 때리고 토스트와 시리얼,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챙겨 객실로 돌아왔다.
이천에서 숙박을 하게 된다면 에덴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묵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호텔 더클래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에 생각이 바뀌었다.
시설만 놓고 보자면 이름만 호텔일 뿐 모텔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친절하신 사장님이나 무료로 제공되는 스낵바까지 고려 한다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 여행 | 월미도, 바다열차,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 맛집 | 신송반점 (1) | 2022.09.29 |
---|---|
인천 영종도 블루오션 레지던스 호텔 추석 연휴 1박2일 (0) | 2022.09.24 |
평택 웨스턴베이 마리나 호텔 추석연휴 1박2일 (1) | 2022.09.22 |
원주 백운산자연휴양림 1박2일 (0) | 2022.09.18 |
춘천 용화산자연휴양림 1박2일 (0) | 2022.09.15 |
댓글